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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뒤늦게 뒷북쳐보는 영화 오디세이 감상문

by 말랑말랑한 테레비 2026. 9.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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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란 감독의 영화가 늘 재미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나에게 놀란감독의 영화는 늘 재미있었던것은 아닌것 같다.

아마도 내가 처음 본 놀란감독의 영화는 메멘토
친구랑 비디오테이프를 빌려서 보면서 경악했던 기억이 난다.
아니 대체 내가 뭘본거야?????? 싶었던 그의 초창기 작품

그 이후로 
인썸니아 - 재밌었고
배트맨비긴즈 - 핵꿀잼이었고
다크나이트 - 너무 사랑하고
다크나이트 라이즈 - 시리즈가 끝나 너무 아쉬웠고
인셉션 - 세번봤고

인터스텔라...는 내가 고소공포증이라 허공(우주)를 떠도는 영화는 보기가 어려웠고
덩케르크...는 OTT에서 보려고 3번 시도해서 3번 실패했고

테넷은 어? 뭔소리지? 
하면서도 재밌어서 두번 봤고

오펜하이머...는 안봤고

그리고 올해 오디세이까지 왔다.

영화는 개봉 첫주에 보았건만, 오디세이가 이미 천만을 넘긴 이 시점에 겨우 후기를 쓰는
나의 게으름을 탓하며...


신들의 이야기를 걷어내니 인간이 보였다

영화 오디세이는 10년간의 트로이 전쟁의 한복판에서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던
전략가이자 사기꾼 오디세우스가 집으로 돌아가는데 
무려 10년이나 걸리는 어처구니없는 대모험을 다룬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가능한 한 그래픽이나 CG에 의존하지 않고 
실제 촬영하기를 좋아하는 감독이라, 
신화 속 신들과 인간들의 이야기를 대체 어떻게 표현하려나 싶었다.

또 신화와 역사를 어떻게 짬뽕시켜서 어지럽게 하려나
(그 정신을 혼미하게 했던 테넷처럼) 

기대반, 우려반 했었는데 
신화 속 신들의 분량을 대폭 날려버리고
인간 오디세우스와 그의 가족 이야기로 3시간을 채워
생각보다 평이하게 술술 이해하기 쉬운 이야기가 되었던거 같다.
그리고 그 3시간이 지루함 1도 없이 흘러갔다는 게 더 놀라웠던 것 같다.

영화를 보러 가기 전에는 신화와 인간들의 이야기가 뒤섞여 헷갈리지 않도록 
트로이 전쟁이 일어난 배경부터 오디세우스가 집으로 돌아가기까지
온갖 유튜브를 다 들여다봤는데…….

뭐, 그게 의미 없었다는 말은 아니고.
몰랐어도 재미있게 봤을 것 같다는 얘기.

영화를 보기 전까지 내게 오디세우스는 기가 막힌 책략으로
트로이의 목마를 만들어 적을 속이고 잠입해 전쟁을 승리로 이끈 전쟁 영웅이었다.

그리고 10년에 걸쳐 겨우 집으로 돌아온 뒤에는 
자신의 왕좌를 노리고 아내와 아들을 괴롭히던 민폐 구혼자들에게 
결국 시원한 사이다를 날려주는 히어로이기도 했다.

그런데 영화를 보면서 오디세우스라는 인간이 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영웅 오디세우스는 과연 정의로운가

영화에서는 '제우스의 법칙'에 대해서 여러번 이야기를 한다.

누군가 나그네로 내 집을 찾아왔다면,
그가 어쩌면 신이 변장한 모습일 수 있으니
내가 대접받고 싶은 만큼 그 나그네를 환대해야 한다는 것

하지만 영화 속 오디세우스의 성에 찾아와 페넬로페에게 재혼을 요구하는 구혼자들은 
손님이라기 보다는 행패 또는 난동이라 불러도 무방할 행동들이었고

오디세우스 역시 트로이 사람들에게 아테나 여신에게 바치는 선물이라고
목마를 남겨놓고, 그 목마 안에 숨어 적들을 학살했다.

10년을 이어온 전쟁을 승리로 이끈 기막힌 책략이기는 했지만
신에 대한 상대의 믿음을 이용해 적들을 학살하고, 전쟁을 끝냈다는 점에서
오디세우스의 책략 또한 비난 받아 마땅한 부분이었던것 같다


본인은 그렇게 마지막 전쟁에서 어린 신전의 여사제까지 학살한 주제에
자기 성을 어지럽히는 구혼자들을 심판하는 오디세우스는
과연 자신이 정의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떳떳한가?

영화를 본 후 SNS에서 이런 감상평을 본 적이 있다.
오디세우스의 행동을 한국식으로 비유하자면 이런 거라고.

남의 집 앞에 놓인 택배나 배달음식에 손대지 않는 것은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당연하게 지키는 일종의 불문율인데, 
누군가 그 택배에, 그 음식에 독을 타놓은 것이다.

이 비유를 보고 순간 소름이 돋았다.

영화에서 바다에서 온 사람들이 그리스의 문화와 질서를 파괴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자주 등장한다.
그 비유대로라면 내 배달 음식에 몰래 독을 탄 사람이 바로 오디세우스 였다는 것.

외부인들이 자신들의 문화와 질서를 파괴할까 두려워했던 오디세우스.
하지만 정작 사람들의 믿음과 규칙을 이용해 그 문화를 파괴한 것은
그 오디세우스였던 것이다. 핵소름.


위대한 영웅이 아니라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던 인간

어쩌면 칼립소의 섬에서 기억을 잃고 흘려보낸 7년도 다르게 보였다.

어쩌면 그 7년의 시간은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 
모른척 눈돌린 시간이었던 것은 아닐까?

신화 속 오디세우스는
목마를 이용해 전쟁을 끝내고
세이렌의 노래를 듣겠다고 돛대에 몸을 묶고
외눈박이 괴물에게 자신의 이름을 알려줄만큼 배짱좋은 인간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영화 속 오디세우스는
평화롭게 살고 있던 사람들에게 목마를 통해 
나그네에 대한 불안과 불신을 심어주었고

전쟁영웅이라는 이름으로 식량을 빼앗아가는 모습은
해적이나 다를 바 없었다.

어쩌면 그의 귀향길 10년은 
부끄러운 자신의 잘못을 잊어버리기 위해 
필요한 시간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결국 내가 3시간 동안 본 것은
신들의 분노를 피해 온갖 괴물과 싸우며 집으로 돌아가는
위대한 영웅 오디세우스의 모험담이라기보다,

전쟁에서 겨우 목숨을 붙이고 살아남은 한 인간이
자신이 저지른 수많은 죄와 마주하며
어떻게든 집으로 돌아가려는 이야기였던 것 같다.

생각만큼 정의롭지도 않고
또 완벽하게 용감하지도 않지만
그럼에도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돌아가고자 했던
인간 오디세우스

영화에 대해서 이러쿵 저러쿵 하기보다는
그냥 너무 재밌게 봤다.
뭐 그렇다. 재밌었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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